드라이스틱 (Drystick) 제작기 ep.01

2020년 01월 17일

01. 오나홀 관리가 너무 힘들어요.

 

“오나홀 씻고 그냥 던져두면 냄새가 너무 심해요.”

Candle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기간 동안 우리는 오나홀을 관리할 수 있는 손쉬운 제품에 대한 아이데이션을 진행했다. 처음의 시작은 내가 오나홀을 사용하면서 가장 불편한 점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떠오른 생각이었는데, 오나홀을 관리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습기였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오나홀을 사용 후 물로 세척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물기를 제대로 말리지 않으면 내부에 곰팡이가 피거나 냄새가 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문제점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다음 스텝으로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럼 오나홀 내부의 습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기획 회의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주고받았고 습기를 제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물질(?)들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소재는

  1. 실리카겔
  2. 제올라이트
  3. 규조토

등이 있었는데 규조토 같은 경우에는 입사 전 개인적으로 생활 제품 개발에 사용한 적이 있었던 친숙한 소재였다.

재료의 흡습력 테스트는 어차피 재료만 구할 수 있다면 따로 용기 디자인이 없더라도 테스트가 가능한 문제였기에 우리는 형태 디벨롭에 들어가기로 했다.

 

(처음 생각했던 컨셉은 딱 이런 느낌이었다.)

 

가장 처음 생각해낸 컨셉은 패키지에 함께 제공되는 게또바시(블리스터)-홈런볼 과자 속에 있는 얇은 플라스틱 케이스를 예로 들 수 있다-받침대였다. 캔들의 패키지에 함께 제공되어 사용 후에 꽂아만 두면 손쉽게 습기를 제거하는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이 컨셉은 블리스터의 벽두께와 흡습제가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고정하는 파츠와의 결합의 문제로 인해 보류되었다. 블리스터 금형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저렴한 금형과 생산 가격(일반적인 금형보다 꽤 많이 싸다.)때문인데 결합 구조까지 포함되어버리면 일반적인 사출 금형으로 제작하는 제품에 비해 큰 메리트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던 2차 컨셉)

 

두 번째로 떠올린 컨셉은 2가지였다.

1안. 흡습제로 가득 찬 봉지 그대로 오나홀에 삽입하는 방법
2안. Candle이라는 컨셉에 맞게 흡습제가 아닌 단순 물기 배출을 위한 거치대

1안의 경우 흡습제를 젖은 오나홀 내부에 넣으면 흡습은 잘 되었으나 오나홀에서 꺼냈을 때 흐물흐물해지는 문제점이 있었고,
2안의 경우 디자인은 이쁘나 실제로 물기를 배출하는 기능은 미약했으며 결정적으로 소재의 고급스러움을 위해 메탈로 제작할 경우 생산 단가가 너무 높은 문제점이 있었다.
(+넘어지지 않도록 꼭 메탈로 만들고 싶었다. 디자이너에게는 CMF가 목숨과도 같다.)

그맘때쯤 흡습 가능한 소재별 테스트가 끝이 났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에겐 실리카겔, 제올라이트, 규조토 등의 선택지가 있었고 우린 그 3가지 소재의 흡습력 테스트를 매일 매일 진행했다. 흡습력은 실리카겔 > 제올라이트 > 규조토 순이었으며, 규조토와 제올라이트의 경우 천연 성분이라는 메리트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역시 흡습력이었다. 각각의 소재를 세척한 오나홀에 삽입했을 때 실리카겔은 약 30분, 제올라이트 2시간, 규조토 2시간+의 시간이 걸렸고 심지어 규조토의 경우에는 습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 결국 습기를 완전히 잡아줄 수 있는 이상적인 소재는 실리카겔이었던 것이었다.

소재도 확정되었겠다, 우리에겐 더 달릴 일만 남아있었다.

 

 

 

02. 디자인 좀 잘해봐요.

(흡습제를 보관할 수 있는 케이스로 디벨롭 된 3차 컨셉)

 

그렇게 앞서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린 3차 컨셉 디자인을 진행했다. 3차 디자인은 실리카겔을 보관할 수 있는 케이스와 오나홀을 세우더라도 서 있을 수 있는 최소한의 거치대 형태를 가지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이 충돌하는 상태였다.

사용자 경험을 위해서 거치대 부분을 크게 디자인하자니 불필요한 부분이 커져서 디자인을 헤칠 것 같았고, 심미성을 위해서 거치대를 작게 디자인하자니 거치대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우린 실제로 사용자들이 오나홀을 보관하거나 우리의 시제품을 전달했을 때 과연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파악해야만 했다. 우선 실제와 같은 테스트를 위해서 3d 프린팅 시제품을 제작하고 테스터로 선정된 사용자들에게 따로 언급 없이 사용을 부탁드렸다. 그들의 사용 후기는 생각보다 더 놀라웠는데 대부분의 남성 유저들은 저렇게 생긴 제품을 받더라도 결코 세워서 보관하지 않았다. 그들은 흡습 거치대-드라이스틱-를 오나홀에 꽂고 서랍 혹은 옷장 속에 그냥 던져두었다고 대답했다.

충격이었다. 심미성이라는 편협한 사고에 갇혀서 ‘이쁜 흡습 거치대를 디자인하면 당연히 그렇게 세워서 보관하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은 엄청난 오산이었다.

 

 

 

03. Less but Better

Less but Better.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디자인 모토이자 디자인계에서 가장 유명한 명언일 것이다.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서 대부분의 남성 유저들이 거치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안 이상 디자인 방향은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디자인은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

대다수의 사용자가 거치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거치대 파트는 말 그대로 필요 없는 것이었다. 우리에겐 거치대가 없는 정말로 심플한 디자인을 가진 “드라이스틱” 디자인이 필요했다.

 

(4-1 디자인 시안)

 

그런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처음 디자인된 시안들은 위의 이미지와 같았다. 심플한 스틱 형태의 디자인을 가지되 흡습제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홀이 뚫린 디자인이었고 이 또한 마찬가지로 3d 프린팅을 통해서 여러 번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를 해보니 3d로 제작했을 때는 알 수 없었던 또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바로 홀의 구멍이 커질수록 스틱의 내구성이 떨어지는 점이었는데, 홀이 크면 흡습력은 높아지나 쉽게 휘거나 부러지는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물론 사각 형태의 디자인은 안 이뻤다.)

내구성과 디자인, 흡습력을 다 갖춘 디자인이 필요했다. 답은 원기둥이었다. 원형 구조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내구성 +심플한 형태와 무수히 많은 홀이 확보한 흡습력까지.

원기둥 형태로 디자인 디벨롭이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Editor : Product Designer Grey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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