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했던 로마 캔들 (Loma Candle) 제작기 ep.02

2020년 01월 10일

04. 좋은 오나홀의 조건?

오나홀을 남들보다 좀 더 많이 써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혹은 자신만의 최애 오나홀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경험했을 것이기에 좋은 오나홀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 혹은 최소한의 조건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오나홀이 탄생하는 최소한의 3박자는 경도, 패턴, 바디크기 3가지의 조화인데 1,2차 로마홀의 경우 경도와 패턴은 잡아냈지만 바디 크기가 너무 작다는 한계가 있었다.

(3차 샘플부터 바디 크기와 디테일을 변경했다.)

지금의 로마 캔들 형태가 나오게 된 건 3차 테스트 샘플부터였다. 1,2차 샘플을 통해 자극이 부족함을 느끼며 내부 패턴을 지속적해서 개선했지만 결국 바디 크기에서 오는 한계는 극복할 수 없었다. 바디 크기를 키우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추가로 밋밋한 자극을 어떻게 해야 조금 더 디테일한 자극으로 바꿀 수 있을까를 계속해서 고민했다. 팀원들은 틈만 나면 여러 가지 피드백을 정성적으로 전달해주었고 이를 바탕으로 크기를 좀 더 키우고 성기의 뿌리까지 자극하기 위한 돌출 요소가 추가된 로마 캔들의 형태가 탄생했다.

따라서 3차 샘플이 생산되었을 때는 나름 제품의 만족도에 자신감이 있었다. 경도와 패턴에서 오는 자극에 대한 만족도는 이전에 어느 정도 점수가 올라와 있었고 3차 샘플은 1, 2차에 비해 크기도 커지고 새로운 돌출 요소까지 추가되었으니까. 하지만 3차 샘플은 제품의 완성도라는 큰 벽에 부딪히고 만다. 분명 사출 생산을 통해 제작된 1, 2차 샘플처럼 3차 샘플 역시 같은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눈에 띄게 안 좋아졌는데 이는 기존 1, 2차의 살색 실리콘에 비해 경도별로 한눈에 파악하기 쉽도록 색깔을 넣게 되면서 재료의 물성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3차 샘플의 렌더링 이미지)

그래도 위안이 됐던 점은 3차 샘플에서 테스터들의 만족도 점수가 크게 올랐다는 점이었다. 이는 곧 우리가 가설로 세웠던 ‘바디 크기를 키우고 성기의 뿌리까지 자극해줄 수 있다면 훨씬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라는 가설이 증명되는 것이었다.

 



05. 대체 뭐가 이렇게 어려운 거야?

4차 샘플부터는 본격적으로 제품 완성도와의 싸움이었다. 분명히 내부 패턴이 점점 디벨롭 됨에 따라 테스터들의 만족도 점수는 지속해서 상승 중이었는데, 이와 별개로 샘플 생산이 계속될수록 제품의 완성도는 점점 하락하고 있었다.

(4차 테스트 샘플)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그 당시의 나는 정말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문제점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는데

1) 경도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바꿨고
2) 색상이 촌스럽다, 마음에 안 든다, 더 있어 보이게 등의 이유로 색상을 계속 바꿨고
3) 샘플 생산은 본 생산에 비해 양이 훨씬 적기 때문에 물성이 안정적인 재료가 배합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땐 그런 줄 알았다.)

 

(한국에서 생산한 마지막 샘플)

5차 샘플을 제작하고 다시 테스트한 뒤, 어김없이 제품의 완성도에 대한 피드백을 받음에 따라 점점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을 때쯤 우린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오나홀을 제작하는 대표적인 나라들은 가까운 일본, 중국을 비롯하여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 있었는데 일본은 품질은 좋으나 높은 생산비가 걸림돌이었고 동남아 쪽은 말 그대로 우리에겐 미지의 세계였다. 따라서 기존에 체류 경험도 있었고 광동성 쪽 현지에 지인들이 있는 점을 이용하여 중국으로 잠정 결정하고 해외 공장 리서치를 시작했다. 중국의 섹스토이 제조 공장들은 광동성 쪽과 저장성 쪽에 주로 몰려있었는데 리스트업을 해보니 약 20곳 중 광동성에만 13곳이 몰려있었다.

이미 해외로 공장을 옮기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Editor : Product Designer Grey


다음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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